알쏭달쏭한 배변 상식을 모았다.
1일 1똥이 아니면 변비다?
매일 하루 1회 대변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변비라고 말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하루 3회부터 2~3일에 1회 대변을 본다면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변비 증상이 다양해서 횟수만으로 명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4일에 1회 대변을 봤는데 만족할 만하다면 변비가 아닐 수 있기 때문. 배변 횟수 외에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덩어리지거나 딱딱한 변이 25%인 경우 등이 3개월 정도 이어져야 변비라고 진단할 수 있다.
방귀를 자주 뀌면 소화가 잘되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은 생각보다 하루에 방귀를 자주 뀐다. 10~20회 정도는 정상 범주. 방귀는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소화가 잘된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귀를 너무 많이 뀐다면 음식물을 잘 씹지 않고 빨리 삼키는 식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고구마, 밀가루, 콩류, 유제품 등 가스를 많이 생성하는 음식을 먹은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귀 냄새가 갑자기 독해지면 대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방귀 냄새는 음식 섭취와 관련이 있어 냄새로 대장 건강을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방이나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방귀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걀 썩은 냄새 같은 방귀 냄새가 나고 복통, 가스가 차 더부룩한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병원에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혈변을 봤다면 반드시 검사해봐야 한다.
식사 후 바로 화장실을 가는 사람은 살이 덜 찐다?
배변과 다이어트는 연관성이 없다. 대변은 영양소가 몸에 다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식사 후 바로 화장실을 가더라도 지방을 포함한 각종 영양소는 이미 몸에 흡수된 상태다. 마찬가지로 변비가 있는 사람이 살이 더 잘 찐다는 속설도 잘못됐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아랫배가 볼록해 살이 찐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방이나 근육이 아닌 부기다. 하지만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신진대사가 떨어져 다이어트 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숙변이 없다?
설사와 숙변의 연관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숙변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숙변은 일본의 한 민간요법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수차례에 걸쳐 내시경과 해부를 통해 장을 살펴본 결과 숙변을 발견하지 못했고, 장의 특성상 숙변이 잔존하기 어렵다는 걸 밝혀냈다. 즉, 설사와 숙변의 인과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설사는 몸에 유해 물질이 들어왔다는 신호다. 일반적으로 2일 이내로 설사가 멎지만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항문에 힘을 세게 주면 대변이 더 잘 나온다?
대변은 밀어내는 힘으로 배출되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대변은 알아서 잘 나오기 때문에 힘을 세게 줄 필요가 없다. 힘을 세게 줘야 대변을 볼 수 있다면 변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대변을 볼 때가 되면 대장이 대변을 밀어내고 뇌는 괄약근에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괄약근은 이완하면서 가볍게 압력을 가해 배변할 준비를 한다. 변의를 느낀 사람은 항문 가장 바깥쪽에 있는 외괄약근에 힘을 주었다가 변기에 앉으면 힘을 풀어 배변한다. 이 원리를 따르면 배변은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는 것이 맞다. 힘을 줘서 대변을 보는 변비가 지속되면 치질 같은 항문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변비인 사람이 비데를 사용하면 더 잘 나온다?
비데가 배변에 도움이 되는 건 비데의 수압을 이용해 항문을 마사지하는 효과 때문이다.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은 배변에 도움이 되지만 센 수압으로 이용하면 항문에 자극을 주어 오히려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치핵 환자는 비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압이 치핵 주변의 혈관을 자극해 증상과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여성에게 변비가 더 많은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이다?
변비를 일으키는 원인은 식습관부터 스트레스, 근력저하 등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남성보다 여성에게 변비가 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여성호르몬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장의 연동 운동에도 영향을 끼친다. 배란이나 월경 시기가 되면 변비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은 이유다. 반대로 이때만 되면 설사를 하는 여성도 많다.
유산균과 식이섬유 섭취가 무조건 배변에 좋다?
식이섬유가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변의 양을 증가시키고 배변 횟수를 늘린다. 하지만 단기간에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가스를 많이 생성해 복통과 팽만감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장의 연동운동이 약해진 사람이 식이섬유를 과량 섭취하면 대변 양은 많아졌어도 배출은 잘 되지 않아 변비가 생기고 항문이 손상될 수 있다. 식이섬유는 서서히 양을 늘려 섭취하면서 배변의 상태를 봐야 한다.
에디터 서희라
자문 이승화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대한가정의학회 내시경특별위원회 간사)
성남시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이자 대한가정의학회 내시경특별위원회 간사로, 어려운 건강 정보와 의학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의학 전문 포털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 친절한 가정의학과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학술∙법제∙보험위원인 동시에 대한통합암학회 학술이사, 한국영양의학회 간행이사로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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