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에도 휴가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휴가를 희망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들은 숲으로, 바다로 그리고 도심의 빈 공간 사이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면 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팬데믹 시대 휴가 키워드는 장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확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접어든 지금, 휴가 계획에 대해 묻는 사람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이맘때면 1년 중 가장 고대하던 날에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이미 휴가의 시작이었건만 이제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암묵적 동의하에 조용히 떠날 계획을 세우고, 먼저 떠나는 이들에게 안전과 안녕을 빌어준다. 일상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이 팬데믹 스트레스와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방역임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의 ‘2021 여행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과반 이상이 2021년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 치유(Healing)를 꼽았다. 여기에는 신체적(Physical), 정서적(Emotional), 정신적(Spiritual)인 치유가 포함된다는 게 론리플래닛, 에어비앤비, 포브스 등 주력 플랫폼들이 예측하는 2021년 여행 트렌드다. 또 장소 불문하고 사람, 이메일, 문자 및 쏟아지는 정보에서 단절되는 것도 치유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안전함을 추구했던 지난해에는 한적한 숲이나 바닷가에서 즐기는 캠핑이 건강한 여름 나기였다면 올해는 라이프스타일 확장에 가치를 둔 웰니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를테면 숲에서, 바다에서 또는 나만의 공간에서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특급 호텔이나 리조트들이 선보이는 웰니스 패키지나 로컬에서 만날 수 있는 요가 스테이, 명상 스테이가 SNS에서 해시태그를 타고 활발하게 올라오는 걸 보면 코로나 시대에 여행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인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GWI)는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웰니스 여행은 어떤 목적이나 활동 그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제는 반드시 자연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장소의 개념도, 얼마간 머물러야 한다는 시간의 개념도 흐릿해지고 있다.
사실 몸이든 마음이든 건강이 목적인 여행은 새롭지 않다. 평범한 회사원이 피폐해진 정신을 다독이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순례길을 걷는다거나 취업문을 두드리던 청년이 국토대장정 이후 삶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의 비영리 기관인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Global Wellness Institute, GWI)는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웰니스 여행은 어떤 목적이나 활동 그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제는 반드시 자연 속에 머물러야 한다는 장소의 개념도, 얼마간 머물러야 한다는 시간의 개념도 흐릿해지고 있다. 집이든 숲이든 도심 한가운데든 원하는 장소에서 단 몇 시간이라도 건강한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웰니스 여행이자 휴가인 셈. 그래서 도심 속 웰니스를 지향하는 장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트렌드가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낸 자기방어적 치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상뿐 아니라 여행에서도 ‘나’의 건강과 가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건 새삼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온다.
렛허는 팬데믹 시대에 변화된 휴가의 의미를 고찰해 위클리 테마에 담아냈다. 앞으로 2주간 일상 속에서 그리고 도심 밖에서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소를 소개한다. 레저와 같은 다이내믹한 활동은 없어도 잠시라도 오감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에디터 | 서희라
디자인 | 박솔미
THEME NO.8
먹고 자고 걷고 숨 쉬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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